요즘 읽고있는 책은 '미학오디세이 - 진중권지음(휴머니스트)' 입니다. 감성이 풍부한 여자사람과 미술관 데이트를 하기 전에 읽어 둔다면 본전을 뽑을만한 책이지 싶습니다.

미학오디세이 2권에는 세계관과 예술의 이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내용이 인상깊어 조금 소개 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고전을 읽지만, 당시의 작자나 수용자의 관점과 정확히 일치하는 관점을 얻지 못하고 새로운 의미를 끌어내게 됩니다. 오늘의 우리는 당대의 사람들과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신이 생활 속에 존재하던 시기에 씌여진 그리스 신화를, 신을 죽여버린 오늘날의 우리는 다른 의미로 해석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

그렇다면 신을 섬겼던 그리스 시대의 수용자가 찾은 작품의 의미와, 아이돌을 숭배하는 이 시대의 수용자가 생각하는 의미 중 어느 것이 진짜 일까요? 만약 당 시대의 수용자의 깨닫음만이 '진짜'라면, 우리가 굳이 고전을 탐독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어차피 작자가 의도하지 않은 부정확한 내용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고전을 읽습니다. 다만 고전을 읽을 때, 당시의 세계관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필요하겠죠. 이렇게 세계관이 충돌할 때, 작품의 의미는 더욱 풍부해집니다. 설에 하는 마당극은 매년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매년 새롭기에 재미있죠.

역사에 대한 이해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접근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정말 격동의 근대사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나라의 관광 슬로건이 Dynamic Korea인 것을 보면 아직도 진행형인 것 같습니다.) 때문에 한 세대만 건너도 서로의 가치관에 차이가 크게 드러납니다. 세계관의 충돌이 일어나는거죠.

그래서 근대사를 관찰할 때는, 예를 들어 부모 세대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할 때는, 당시의 세계관을 유심히 보아야 합니다. 그저 '그들은 고루하고 이해할 수 없다'고만 생각한다면 우리도 다음 세대에게 같은 평가를 면치 못 할 것입니다. 독재자의 딸이 어느 지역을 가면 나이든 어르신들이 그녀가 아버지와 똑같이 생겼다며 손을 붙들고 웁니다. 이 기이한 광경이 벌어지는 이유를 알려면 그 분들이 살아왔던 시대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거죠.

우리가 그 분들을 100% 이해하고 그들과 동일하게 판단하는건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처한 세계관 안에서 세계를 판단하는 '인간'이니까요. 그들이 가진 세계관과 우리의 세계관 사이의 간극을 명확히 바라 볼때 더 창조적인 생산이 가능할 따름입니다. 바빌론의 탑을 쌓는 것보다 이쪽이 신의 영역에 더 근접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신이여, 이 건방진 인간을 한 번만 용서 해 주소서.


Posted by 꾸비스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