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는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인류는 크고 씨도 없어서 먹기 좋은 바나나를 만들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바나나의 종을 개량했다. 그래서 현재 전 세계에 유통되는 바나나는 단 하나의 유전자를 가진 복제품이다. 씨가 없기 때문에 접붙이기로 증식시킨다.

하지만 이렇게 단일 유전자를 가진 생물은 질병이 발생하면 순식간에 절멸할 수 있다. 모두 같은 유전자를 가졌기 때문에 동일한 질병에 대해 취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자세한 내용은 여길 참고)

구제역과 조류독감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매일 뉴스에 살처분되는 소, 돼지, 가금류들이 화면을 채우고 있다. 물론, 모자이크 처리된 채로. (살처분 장면이 모자이크 처리되는 이유는, 소,돼지가 랩에 싸여 마트에 진열되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지 않는 이유와 유사하지만,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자. 어쨋거나 덕분에 우리는 저녁상에 오른 돼지갈비를 뜯으면서 뉴스에 나오는 살처분 장면을 채널을 돌리지 않고 볼 수 있다. 그나저나 '살처분'이라니, 참 근사한 단어다. 왠지 죄책감도 유발하지 않고. 수십만 마리의 오리를 '살해'했다고 뉴스에 나왔다면 느낌이 달랐겠지? )왜 이전에는 큰 이슈가 아니었던 것이 이렇게 시끄럽게 됐을까? 

바나나나 오리나, 원인은 비슷하다. 물론 오리는 모두 동일 유전자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많은 양의 '고기'를 얻기 위해 인간은 몇몇 '선택받은 종'만을 집중적으로 '생산'했다. 덕분에 질병은 들불처럼 순식간에 전국으로 번져나간다. 

근본적인 원인은 마을 한 켠에서 고향에서 가져온 양고기를 구워먹은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다, 고기를 향한 우리의 욕심이지.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굶주리는 이유는 우리가 고기를 탐하기 때문이다. 꽃등심에 박힌 마블링을 위해 소에게 먹이는 곡물을 굶주린 자들에게 나누어준다면, 구지 한 달에 몇 만원씩 기부하면서 생색낼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채식주의를 선언할 수도, 산 속에 들어가 노루사냥을 할 수도 없는 나로서는, 작년에 성실히 실천하지 못한 Meat Free Monday (월요일에 고기 안 먹기 운동)나 성실히 실천해야 겠다고 다짐해 볼 따름이다.


Posted by 꾸비스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