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을 돌이켜보면 나는 대체로 조숙했다. 똘똘하다는 얘기도 꽤 들었고, 어른스럽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소설 소나기에선 '잔망스럽다'고 했던가.

나는 일찌기 내가 가지고 싶은걸 다 가질 수 없다는걸 깨닫았다. 정상적인 가정교육을 받은 아이들이라면 모두 같은 교훈을 배우면서 성장하지만 나는 상대적으로 더 가질 수 없는게 많은 것만 같았고, 그걸 인정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3단변신 합체로봇이 가지고 싶으면, 악착같이 용돈을 모았다. 쫀득이 사먹을 거 안 사먹고, 치약껌 사먹을 거 안사먹고 모아서 로보트 샀다. 설날 세뱃돈 모아서 비디오게임기를 샀다. 동생 세뱃돈도 같이 모아서 샀다. 같이 가지고 놀자고 꼬드겼지만 내 소유물로 여겼다. (미안하네, 동생.)

요컨데, 나는 욕심이 많았던거다. 상대적 결핍에 민감했고, 그에 대응하기위해 악착같아지거나 아예 관심 없는 척 무시하거나, 둘 중 하나의 전략을 활용했다. 작년에 차 구매 계획이 무산되면서 진심으로 속상해 했던 내 자신을 가만히 되돌아보면서, 단쿠카 사려고 용돈 모으던 어린 시절이나 달라진게 하나도 없음을 깨닫았다.

그러면서 '인간의 욕심이 모든 문제의 핵심' 어쩌고 떠드는 내 모습은 참 이중적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렇게 뱉어놓은 말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자기 고백도 있는거 아니겠는가? 

나는 내가 욕심 많은 가엷은 인간임을 인정하련다. 그러나 그 욕심 조금씩 덜어놓으려고 노력하련다. 욕심에만 사로잡힌 나는 별로 행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욋돈이 들어왔을때 갑자기 마음 속 위시리스트에 들어있던 물건들이 죄다 튀어나와 내 머릿 속에 둥둥 떠다니는 현상은 적어도 내게는 고통이다. 한 달 씩 시간 날 때마다 중고차 사이트를 기웃거리는 것도 행복하지 않다. 뭐든 사서 주말에 드라이브를 가야지, 방구석에서 중고차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뭐할것인가?

현대인은 소유 뿐만 아니라 구매 과정 자체에서도 즐거움을 느낀다. 그래서 쇼핑은 중요한 주말 일과가 되고 때로는 데이트 아이템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소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에 집중하련다. 그리고 소유하지 않아도 가치를 누릴 수 있다면 소유하지 않도록 노력하련다, 시나브로.


Posted by 꾸비스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