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서 '독서목록'이라는 단어를 듣고보니 말이다, '그럼 나의 취향은 어떤 것인가' 하고 자문하게 되었던 것이다. 분명한 것 하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매우 변화무쌍하였다는 것.

초등학교시절에 나는 꽤 다독소년이었는데, 당시엔 나에게 책에 대한 선택권이 그다지 없었기 때문에 별 수 없이 100명의 위인에 대한 이야기를 탐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 세상은 무한경쟁시대, 100등안에 들지 못하면 위인도 될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영웅이 될려면 108등 안에 들어야 하며,(자세한 내용은 '수호지'를 참고) 요괴가 되려면 108등 안에는 들어야 후세에 인구에 회자 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머털도사와 108요괴'를 참고) 

대학생이 되고나서는 소설책을 많이 봤던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 덕에 '결말을 이따위로 내도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구나.'하는 사실을 알았으며, 무라카미 류 덕에 소설책은 19금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며, 요시모토 바나나 덕에 숫자도 말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며, 에쿠니 가오리 덕에 남자는 허벅지가 두툼해야 섹시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전환점은 역시 군복무시절에 찾아오게 되는거지.

군복무를 공익근무로 수행했던 나는, 당일 할당된 업무를 다 마치고 나면 공사 도서관에서 책을 가져다 읽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것도 귀찮아지기 시작했을 무렵, 시리즈물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현관문 가까이에 찬란하게 자리잡은 '토지' 전집(21권, 슬램덩크도 아니고 소설책이!)을 애써 외면하고 집어든 것이 로마인이야기였다. 당시에는 5권까지 출시 된 상태였고, 이게 10권이 넘게 나올지 당시엔 미처 몰랐었다.

덕분에 빌어먹을 로마인들은 이름이 참 길기도 한데다가 이름이 여러개이기까지 하며, 한 이름을 자손 대대로 공유하기까지 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덥고 쓰레기도 많고 관광객도 많고 바가지도 많은 로마가 참 아름다운 동네라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음, 물론 와인도 맛있고.

아, 피자도.

아, 피자...

근래에는 사회과학에 관련된 책들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는 편이다. 독서목록이 그 사람을 알려준다는 명제를 참으로 가정하고 현재의 나를 분석해보면, 사회 정의, 부의 분배 따위에 관심이 많아지는 걸 알 수 있다.




 


Posted by 꾸비스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