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가 완전히 대중화 되기 이전, 대학생이었던 나의 평균 CD구매비용은 월평균 5만원 정도 되었던 것 같다. 국내반으로는 넉 장, 수입반으로는 석 장을 사고 좀 남았을 금액. 하지만 지금은 만오천원만 내면 한 달에 150곡의 MP3를 다운받을 수 있다. 듣는 음악의 수량, 다양성은 분명 늘었지만 지출은 1/3이하로 줄었고 그 사이에 한국의 음반시장은 많이 망가졌다. 작금의 대한민국 음반시장에서 아이돌을 제외하고 나면 뭐가 남을까?

매체가 바뀌었고 MP3라는 디지털매체가 가진 장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단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누가 작사/곡 했는지 알기 어려워졌고, 앨범자켓도 없다. CD라는 단위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1. 레코드점에서 그 음반을 집어드는 것(혹은 인터넷에서 주문하는 것), 2. 포장을 뜯고, 3. 음악을 들으면서 자켓을 구경하는, 4. 그리고 이러한 행위를 통해 음악의 청각적인 이미지와 자켓의 시각적인 이미지가 결합되어 작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의 구체화가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그러한 경험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리스너인 당신은 이대로 만족하는가?

이렇게 매체의 전이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정부는 기술적인 진보에 따른 새로운 '제품'(주로 하드웨어)의 부가가치에만 관심을 기울였고, 기업들은 약삭빠르게 '중간유통'의 위치를 점하면서 저작자의 수익을 착취하여 자신의 밥그릇을 만들어나갔다. 자료를 찾아볼 수 없으니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에 의하면, 미국에서 가장 큰 digital music market인 애플 아이튠즈의 음원 수수료는 10%이고, CDBABY.com같은 사이트에서는 초기 등록비용만 지불하면 별도의 수수료 없이 음원을 유통시켜준다.(CDBABY를 통해 다른 음원사이트에 음원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중계 수수료가 발생하나 그 요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아마도 10%정도 였던 듯?) 한국은 직접 계약 시 수수료가 무려 30%이고(규모있는 기획사에 소속된 유망한 뮤지션의 경우 그 비율이 다를 수도 있겠다.) 중계계약의 경우 중계수수료가 더해져 실제 수령할 수 있는 금액은 50% 안 팍에 불과하다.

개별 단가는 떨어지고, 업계의 총 매출도 감소하였다. 게다가 중간에서 사라지는 금액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한국의 음원유통업체들의 서비스가 외국에 비해 월등히 좋은것도 아니다. 내 음악의 장르를 'World'로 표기하는 아이튠즈보다 나의 국적을 미국으로 표기하는 멜론의 서비스가 더 나은 점은 무엇인가?

앨범 하나로 100만장 정도는 팔 수 있던 시대의 뮤지션들과 달리 요새 아이돌은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몸매도 좋은데다가 얼굴도 이쁘다.(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심지어 연기력도 있고 예능프로에 나와서 개그도 곧잘 던진다. 나는 얘네들이 8,90년대 뮤지션들보다 탈랜트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돌의 미래는 그들보다 희망적인가?

이러한 현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열정이라는 빛깔좋은 허울로 문화생산자를 꿈꾸는 이들의 젊음을 착취하는 것이 일상화 되어있다.' 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현상은 음악계 뿐만아니라 문화계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니, 그 미래가 답답할 뿐이다. 아무리 꿈을 먹고 산다지만,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할 것 아닌가.





덧.

 맥스웰 형, 3부작이라면서요. 일 년에 한 장 씩 낸다면서요. 저 형 음반 CD도 사고 LP도 샀어요. 솔직히 1부는 좀 별로였어요. 2부랑 3부 빨리 내줘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Posted by 꾸비스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