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미론

2014. 9. 2. 20:48 from 생활의 발견

남자들의 여자보는 - 외모를 보는 - 눈은 대체로 비슷하다. 일례로, 최근에 여자사람 지인이 프로필사진 촬영을 한 뒤, 그 중 두 개의 사진을 골라달라고 주변의 남자사람들에게 요청한 일이 있었는데, 요청한 모든 남자가 동일한 두 장의 사진을 골랐더랬다. 3대3 미팅을 하면 여자쪽에서는 생각도 없는데, 두 세명의 남자가 한 명의 여자를 두고 자기들끼리 싸우게 되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나는 미술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진중권의 미학오디세이를 보면서 결국 미술사는 절대적인 '미'가 존재하는가, 상대적인 '미'만이 존재하는 것인가의 싸움이 반복되어온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결국 그 둘은 공존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들어, 미팅을 나갔는데 '셋 중 아무라도 좋으니 잘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여자들이 나왔다면, 절대적인 미가 적용되는 상황- 이지만 인생에 한 번도 오지 않을 수도 있는 희박한 - 이라 할 수 있겠고, 셋 다 별로인데 그래도 그 중 제일 나은 한 명에게만 남자들이 열을 올리고 있다면, 상대적인 미가 적용되는 - 아주 흔한 - 상황이라 할 수 있겠다. (보통 이런 경우, 남자들끼리 한 잔 더하고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는다.)


재밌는 일은 절대성과 상대성의 미묘한 틈에서 일어난다. 모든 남자가 혹하는 외모는 아닌데 나는 묘하게 끌리는 순간, 절대미를 방해하는 결점이 매력으로 보이거나, 혹은 그 결점을 개의치않게 만드는 순간. 그것은 동료가 대수롭지않게 생각하고 놓친 아이템을 내가 살짝 다듬어서 올렸는데 괜찮은 평가를 받았을 때의 쾌감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이 탐내는 아이템을 두고 아둥바둥 싸워서 쟁취하는 것보다는 이 쪽이 더 멋있고 재미있지 않은가?


어느 쪽이 더 확율이 높은지는 알 수 없으나, 기왕이면 더 재미있는 게임에 마음이 가는 것은 타고난 천성이려나.

Posted by 꾸비스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