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취향이 생긴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음식의 경우를 생각해면, 10대에는 그저 편식이었다. 떡볶이에 들어간 대파를 골라내는 것. 비위가 약해서 못 먹는 음식, 맛이 없어서 싫어한 음식 등등. 뭘 모르면서 음식을 가렸던 것 같다.


20대는 경험의 시기였다. 전에는 못 먹던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진가를 알게되고, 즐기게 되는데에는 술의 역할이 매우 컸다. 생굴, 곱창, 생선회, 선지해장국 같은 음식은 술이 없었다면 제 맛을 알기 쉽지 않았으리라. 쓰린 속을 부여잡고 먹는 콩나물 국밥, 그 국물의 시원함, 콩나물의 아삭함, 새우젓의 감칠맛. 이러한 감동은 술이 없으면 느낄 수 없다.


30대는, 아직 진행형이라 확언할 수는 없지만, 20대의 경험이 취향으로 발전하는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10대에 즐기던 맛의 가벼움을 알게되고, 20대에 경험한 다양한 맛들 속에서 취향을 확립한다. 음식과 술의 궁합을 찾고, 즐기는 방법을 탐구한다. 그리고 자신의 건강과 연관시켜 생각한다. 


취향이 생긴다는 것은 한 편으로는 멋진 일이다. 취향을 기반으로 새로운 것을 탐험할때는 자신의 경험의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하여 어느 정도 객관적인 판단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자신의 취향에 갖히게 된다면 그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으리라.


가능성을 열어두고, 탐험을 즐기고 취향을 확장할 일이다. 그것이 즐거움이고,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래서, 도데체 홍어는 언제쯤 먹을 수 있게 되는거냐고.

Posted by 꾸비스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