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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4. 22. 21:39 from 생활의 발견
음, 어느덧 금연 시작한지도 100일이 넘었습니다.

'이 정도 참았으니 뭔가 놀라운 변화가 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달라진건 왠지 아홉시만 되면 잠이 온다는 것 뿐이어서, 친구가 지나가는 말로 했던 '피부가 좋아진거 같아.'라는 말을, 일년동안 꾸준히 넣었으나 반토막 나버려서 환매도 못하고 있는 브라질펀드처럼 가슴 속에 품은채 보내고 있는 요즘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리오 까르나발같은 훌륭한 축제를 벌이는 나라에 투자하는데 왜 이익이 나지 않는겁니까!

건강검진 결과에 조금은 기대를 했었습니다. 어제 검진센터에서 직접 연락이 오더군요. 차분한 목소리의 그녀는 진지한 말투로 제 건강에 관한 다섯가지 문제점을 전해주었습니다. 뭐랄까, 수능 모의고사 채점결과를 ARS로 듣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검진센터의 그녀들보다 훨씬 이쁜, 세계에서 제일 이쁜 모델들이 있는 나라에 투자하는데 왜 이익이 나지 않는겁니까!

아무튼, 올해도 검진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을거라는 예상을 하면서 검진센터 홈페이지에 접속했습니다. 그러자 그녀가 말해 주지 않았던 더 큰 진실이 그곳에 있더군요. 금연 이후 체중이 4kg 불었습니다. 그동안 늘 저체중의 딱지를 달고 살아온지라, 사실 반가웠습니다. 검진 결과는 09년과 10년의 검사 결과를 비교해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이렇게 적혀 있더군요.

   2009  2010
 체중  x kg  x + 4 kg
 복부둘레  y cm
 y + 5 cm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증권사를 바꾼다고 반토막 난 내 펀드가 수익이 납니까? 까르나발을 안하는 것도 아니고, 그녀들이 어느 날 갑자기 추녀가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암튼, 속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캔맥주 하나 땄습니다. 칼로리를 생각해서 안주는 먹지 않아요. 이제는 회식자리에서 공짜라고 정신줄 놓고 먹지 않을겁니다. 고깃집에서 공기밥 안 시킬겁니다. 게장이 아무리 맛있어도 공기밥 추가 안 할, 자신 없는데...


Posted by 꾸비스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