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의 발견

2010. 8. 21. 23:19 from 생활의 발견
왼 쪽 사랑니를 뽑고나서 태어나서 두 번 째로 얼굴이 크게 부엇습니다. 첫 번 째는, 오른쪽 사랑니를 뽑았을 때였죠. 하지만 붓기가 빠지고 나서 왠지 오른쪽 턱이 평소보다 조금 더 갸름해진 것 같은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왼쪽도 갸름해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이런 느낌?;;]

사실 제 턱은 짝짝이 입니다. 왼쪽 턱이 더 발달되었죠. 왼쪽 턱을 주로 쓰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제가 왼손 잡이이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적, 부모님의 강요로 손글씨는 오른손으로 쓰지만, 그 외에는 모두 왼 쪽입니다. 심지어 자유형 할 때 숨쉬는 방향까지도. 가끔 숨을 쉬려고 고개를 들면, 수영강사의 젖꼭지가 절 노려보곤 합니다.

아무튼 생니를 뽑고나니 밥도 먹기 힘들고 푹 쉬고 싶은 마음 뿐이었지만, 현실은 휴일근무를 해야하는 상황이어서, 완도까지 내려갔다가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눈으로만 즐기고 왔습니다.
[명사십리]

모래도 좋고, 물도 맑고. 동해처럼 물이 차지도 않아서 해수욕하기 참 좋습니다. 저는 일때문에 간거라 구경만 하다 왔지만, 막바지 피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꽤 북적이더군요. 그저 부러울 뿐이고...

지난 주말, 서점에서 빈둥대던 중 '비폭력대화'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일전에 @_2K가 자신이 올해 가장 잘 한 일 중 하나로 '비폭력대화' 수업을 들은 것을 꼽은 것이 생각났습니다. 호기심에 8할 정도 읽었는데, 상당히 인상깊은 구절들이 있군요.

'비폭력대화'가 가장 기본적으로 가정하는 것은, 우리의 의사소통은 모두 무언가 본인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때문에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 우리가 파악해야 할 핵심은 말에 돋친 가시가 아니라 그 말 속에 담긴 '화자의 욕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발언 속에도 어떤 욕구가 담겨 있는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구요.

상당히 중요한 가르침입니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욕망하지만, 사실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타인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자신을 만족시키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 선생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 직장 상사와 회사의 기대에 부응 하는 것,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내게 진정한 기쁨을 가져다 주는 것 같지 않습니다. 거기엔 '나'가 빠져있습니다.

내가 뭘 원하는지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타인의 욕구에 귀기울일 수 있을까요? 그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닐겁니다. 그래서 스스로의 욕구에 대해 좀 더 탐구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를테면, 저는 가끔 '돈은 중요한게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페이가 더 적어도 좋으니, 일과 사생활을 좀 더 분리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라고도 말합니다. 그리고 사생활의 영역에서 또 다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소비하는 '돈'이 있습니다. 노후에 넉넉하게 살고 싶은 욕구를 위해 필요한 '돈'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되겠네요.

1) 임금 = 욕구충족을 위한 소비량 + 저축량
2) 임금 = 일하는시간 x 시간 당 나의 가치
  * 1)과 2)를 정리하면, 
3)일하는 시간 x 시간 당 나의 가치 = 한 달의 소비량 + 저축량

이미 저의 수입,지출 구조는 저 공식에 맞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좌변의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이고, 등식을 유지하려면, '시간 당 나의 가치'를 늘리거나, 욕구충족을 위한 소비량과 노후를 위한 금액 들을 줄여야 하겠죠.

그리고 좌변이 두 항목의 곱셈의 형태임에 반해, 우변은 두 항의 덧셈의 형태이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 수록 상당히 많은 소비량과 저축량을 줄여야만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하나 하나의 소비에 대해 '이것은 나의 욕구에 합당한 소비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하겠죠.
[거짓말, 사실 돈은 매우 중요하지...]

남은 하루의 휴일에는 '나의 욕구'에 대해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앞서 말한 '치열한 고민'들도 함께 말이죠.'왜?휴일에 일하면 돈 벌고 좋잖아?'라고 자기합리화 해버리는 아저씨들과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싶다면 말이죠.


 
Posted by 꾸비스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