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 4. 00:15 from Metaphor
 그는 알았다, 그녀가 그에 대해 알고싶어하는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상대방에대한 호기심, 그것은 마음 속에 존재하는 호감이라는 놈, 모양이 없는 녀석이 우리 눈에 형태를 드러내는 순간이다. 물론 모든 명제가 그렇 듯 역은 반드시 참이 아니어서, 모든 호기심을 관심 또는 호감으로 생각해서는 안되겠지만.

 마찬가지로 원 명제가 참이라면 대우명제도 반드시 참인 것이다. 따라서 그에게 궁금한 것이 없는 그녀는 그에게 호감도 없는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는 갑자기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초점이 맞지않은 초여름 저수지 사진에 '선명하게' 효과를 세 번쯤 적용한 것 처럼. 영 아쉬운 일이었다. 얼마만에 느껴본 몽롱함이었던가. 회사 후배가 술자리에 데려온 '한 술 하는' 그녀를 보았을 때, 그는 자신이 많이 취한 것 같다고 느꼈다. 그녀가 술잔을 건네며, "한 잔 받아요!"라고 했을 때, 그녀가 웃고 있는지, 굳은 표정인지, 처음 보는 그가 어색해 낮가리는 표정인지, 쑥스러워하는 표정인지 알 수없었다. 문장을 보고 내용을 추출해내는 능력이 마비된 난독증 환자처럼, 그녀의 표정에서 감정을 꺼낼 수가 없었다.

먼저 연락을 건네온 것은 그녀 쪽이었다. 허를 찔린 느낌, 이랄까. 삼 일 정도 연락이 오고 간 뒤, 그들은 선글래스를 써야할지 아니면 벗고 눈을 조금 찌뿌려야 할 지 애매한 날에 만났다. 그는 최대한 '촉'을 세워 그녀의 감정을 파악하려 했지만 실패할 뿐이었다. 그의 더듬이는 그녀에게 닿기만 하면 녹아버렸고, 그의 촉은 사람 손이 닿은 달팽이 뿔처럼 허공속에서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게 만남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그는 너무나 지치곤했다. 작은 욕조 위에 몸을 뉘었다가 깨니 사위에 아무도 없고 그는 달팽이 스프가 되어있었다. 끝.

snail s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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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꾸비스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