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콩

2015. 4. 2. 11:04 from 생활의 발견

요즘 사무실에서 볶은 콩을 간식으로 먹고 있는데, 이게 재미가 쏠쏠하다. 고소하기도 하고, 씹는 재미도 있고, 포만감도 있다. 아무래도 과자보다는 몸에 좋을 것이다. 특히 검은콩이 모발에 도움이 된다던데, 아닌게 아니라 머리가 풍성해지는 느낌이 드는게, 아, 그건 다른 이유 때문이구나. 


아무튼, 어릴때 밥에 넣어먹는 검은콩을 가지고 놀다가 그만 호기심에 콧구멍에 집어넣은적이 있었다. 매끈하고 윤기가 나는 검은 콩이 나에게 어서 콧구멍에 넣어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내가 그의 소원을 들어주자마자, 매끄럽게 내 손가락을 미끄러져 벗어난 검은콩은 순결한 내 비강을 거칠게 탐험하기 시작했고, 나는 좀처럼 그를 붙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모든걸 포기하고 그와 함께 남은 생을 살아가기로 순순히 마음먹을 즈음, 검은콩은 콧물을 흡수하면서 서서히 불기 시작했고, 상처받은 나의 콧구멍은 울부짖기 시작했다. 나중엔 의지와 관계없이 눈물도 나기 시작했다.


결국 엄마에게 SOS를 청하고, 등짝과 엉덩이를 수 회 가격당한 뒤, 이비인후과에 가서 핀셋으로 검은콩을 빼내었는데, 콧물에 불어난 검은콩은 참으로 크고 아름다웠다...


솔직히 지금도 왜 그걸 콧구멍에 집어넣었는지 잘 모르겠다. 지폐를 보면 한 번 찢어보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것과 비슷한 걸지도 모르겠다. 다만 요즘 내 상태가, 서서히 콧구멍속에서 검은콩이 불기 시작하고 있는 때인것만 같아 두렵기는 하다.

Posted by 꾸비스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