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의 덫

2010. 3. 29. 21:54 from 삐딱하게 보기
간만의 연휴였습니다. 덕분에 친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회사 친구, 학교 친구, 그냥 친구.

사실 올 해 초부터 제 삼의 사춘기를 맞느라 힘들었는데, 저와 비슷한 또래 - 대체로 대기업 직원들 - 는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더군요. 차이점이 있다면, 대부분이 고민 끝에 무언가를 행동하기로 결정하였다는 것입니다, 그저 고민만 하고 있는 저완 달리 말이죠. 조금 반성했습니다. 부족한 것은 고민이 아니라 중심, 자신감인 듯 합니다.

수시로 '자기계발'이라는 단어가 우리를 흔들어 놓습니다. 어찌나 바쁜 세상인지, 한 시라도 쉬고 빈둥거리면 뒤쳐지고 밀려버릴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이 없는 시간을 쪼개서 학원을 등록하고 일요일 아침부터 동네 학교에서 자격증 시험을 봅니다. 때론 좀 더 쉽지 않은 자격을 얻기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그 동안 모아둔 돈을 등록금이라는 유가증권에 투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자기계발'이란 대체 뭘까요? 영어를 잘 하게 되는 것?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 비즈니스 관련 서적을 탐독하는 것? '스펙'이라는 것이 실체없는 지표일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몇 년전 취업이라는 관문을 넘어서면서 깨닫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똑같은 챗바퀴를 다시 굴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조금 더 많은 돈을 받는 고급노동자가 되기 위한 활동을 '자기계발'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손익계산서를 치밀하게 짜봐야 하겠습니다. 투자하는 시간, 일과 병행하느라 받는 스트레스, 소비되는 돈 등을 계산해 봤을 때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배팅일 수 있겠습니다만, 그 배팅, 이미 몇 번 해보지 않았나요? 배팅에 성공한 뒤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아마 또 다른 배팅이 기다리고 있지 싶습니다. 아, 무수한 배팅에서 모두 이기고 나면 면제받은 친구들끼리 모여서 안보회의 같은 걸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땀 흘리는 삶은 아름답습니다. 친구들의 노력, 선택이 대단해 보입니다. 절로 응원하고 싶어지고, 나도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쪼록 모두가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아무도 가지않은 길은 사실,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려고 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덧. 여자친구 없어도 혼자 잘 놀 것 같은 이미지 탈피하는 법 추천 받습니다. 최고의 조언엔 최고의 보답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Posted by 꾸비스또 :